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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그널] 유학 떠난 20·30 동학 개미들
2020-09-04 16:06 경제



제가 살고 있는 세종시 아파트는 최근 9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올해 1월까진 6억 원이었는데, 반년 만에 3억이 껑충 뛴 겁니다. 당신, 뭔데 자랑이냐고요? 아쉽지만 제 명의 집은 아니고 회사에서 전세로 얻어준 사택입니다. 저는 20대 무주택자입니다.



부동산 광풍의 시대입니다. 3년 3개월 동안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고,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매수자도 늘었습니다. 그런데요, 갓 직장생활을 시작해 종잣돈이 많지 않은 대다수 2·30대에겐 언감생심입니다. 아파트를 사자니 돈이 별로 없고, 청약을 넣자니 가점이 모자라 합격권 문턱도 못갑니다. 그럼 은행 적금이라도 넣어볼까 싶은데 초저금리가 발목을 잡습니다. 맘 편히 기댈만한 투자처 하나 없는 셈입니다.

이들이 매력을 느낀 건 미국 주식입니다. 최근 미국 증시는 화려한 8월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쇼크를 완화하기 위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애플과 테슬라 같은 기술주가 약진했기 때문이죠. 나스닥은 지난 6월 10일 1만 선 고지를 돌파하고 최근까지 20%를 더 끌어올렸습니다. 다우지수도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월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한국 개미들은 올 한해 940억 달러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미국 증시의 큰 손으로 거듭났습니다.

호재도 이어졌습니다. 한국 개미가 매수한 미국 주식 순위 1, 2위를 다투는 애플, 테슬라가 동시에 액면분할을 한 겁니다. 액면분할을 할 경우 회사 가치는 그대로지만 신규 유입이 늘어 주가에 유리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재미를 본 개미들은 중국, 홍콩 시장까지 과감하게 진출 중입니다. 그렇습니다. 한 때 ‘동학개미’가 있었다면, 이제는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유학 개미’의 시대입니다.


그랬던 미국 증시도 주춤하는 걸까요. 미국 증시는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조정장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최근 증시를 주도해온 기술주들이 조정을 받았는데, 액면분할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기관과 개인의 투매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개미의 정보 비대칭성은 해외 주식 투자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힙니다. 올해 말 트럼프 재선,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변수 등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부동산 광풍 시대의 또 다른 단면입니다.

박지혜 기자 soph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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